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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쓰는 일본 워킹홀리데이 후기!
후기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미뤄온 이유 중 하나는 어디서 부터 어떤식으로 써야할지 감이 안잡혀서!
누구 읽으라고 쓰는 글이라기보단 그냥 내가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때 기억 날 것 같아서 쓰는 글
일본 워킹홀리데이 가게 된 이유
어릴 때 부터 가깝게 접하던 나라다 보니 어릴 때 부터 동경을 하곤 했던 것 같다. 자라면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같은 매체와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일본에 대한 동경과, 환상도 줄어들었는데 우연히 친구와 20살에 일본 여행을 가게되었다.
제주도에 갈 생각이었는데 면허가 없어서 여행이 힘들거라는 이유로 일본을 선택했었다.
그렇게 처음 간 해외는 정말 신기했다
건물은 작고, 택시는 만화에서 본 그대로였으며 한국이랑 다를거 하나 없는 마트는 왜 그렇게 신기했는지... 숙소에서 도쿄타워까지 걸어가는 길 내내 나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어!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어! 를 외쳤었다
그땐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를 잘 모를때라 정말로 이렇게 살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우연히 폰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어느 블로거의 글 워홀이라곤 호주밖에 모르던 나였는데 이 글을 읽고 나는 꼭 워킹으로 일본을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된 이유중엔 돈도 한 몫 했다
여러 글을 보면서 '아 워킹홀리데이를 가면 돈을 벌어올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할 수 있었던 거고... 돈 많이 든다 싶었으면 안왔을지도 모른다...흑
일본 워킹홀리데이 준비
워킹홀리데이를 1년간 준비했는데 사실 1년동안 뭔가 특별한걸 한건 아니다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고, 일본 생활을 위해 돈을 열심히 벌지도 않았다
그냥 1년동안 조마조마하기 연습을 한 것 같다. 마음의 준비만 줄창 했다.
(공부를 아예 안한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워홀 비자를 따는건 대행사를 쓰지 않고 혼자서 준비했었다. 주변에 일본워홀은 물론이고 워홀을 다녀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오직 블로그만 보고 준비를 했다. 계획서는 어떻게 쓰는지 뭐는 어떻게 쓰는지... 일본어로 써야하는건지 한국어로 써야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신청하는것만으로도 너무 겁이나서 사실 1분기에 신청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무섭고 불안한 마음에 대사관을 못가겠어서 2분기에 신청을 했다
가고싶은데... 겁나서 또 가기 싫은 마음이었다
막상 붙고나니 좋긴 좋더라
붙은 후 준비는
-집 구하기
-일 구하기
-일본어 공부
-가지고 가야할 짐 체크하기
이정도..? 다른 워홀러들이랑 다른 점이라면 나는 한국에서 일을 미리 구해갔었다
한국에서 스카이프로 일본 직원분과 연락하는데 미리 대본을 다 적어놓고 몇 일 전부터 지하철이든, 학교든, 어디를 가든 그 대본을 보면서 좔좔좔좔 외웠었다. 근데 실전에서는 전혀 못썼다ㅠㅠㅠ 회사 직원분께서 전화 들리냐고 '들리십니까 들리십니까' 하는데 그걸 못알아들어서 전화를 시작조차 못했었다ㅠㅠㅠㅠ그래도 다행히 그 직원분께서 한국어를 할 줄 아셔서 무사히 면접을 끝냈었다ㅠㅠ
일본으로 출국하기 한달 전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초기 정착금이 조금 부족해서 많이 걱정을 했었다
일본 생활
내 일본생활은 크게 나누면 극 초기에 치바+도쿄생활, 첫 직장인 홋카이도 도야코 생활, 홋카이도 토마무 생활, 도쿄인데 규슈, 오사카쪽으로도 가고싶었는데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잖어
치바+도쿄
친구랑 같이 일본에 오게 되어서그런지 별로 긴장도 안돼고 뭔가 여행온 느낌...? 그렇다고 막 관광을 다닌건 아니였지만 뭔가 음 내가 일년간 여기서 사는게 만만치 않을 것 이다!! 으아아아아 무서워!!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친구의 사촌언니집에서 지내면서 또 그만의 추억이 생긴 것 같다
일본 생활 1년 정말 길었는데 초반에 이 집에서 지내면서 같이 어디 가고, 눈 보고, 길 잃고, 휴대폰 등록하고, 우체국 찾아다니던 기억은 일년이 지난 지금도 뭔가 아련하고 생생하다
홋카이도
나리타 공항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삿포로에 도착해서 일하러 가는 과정까지 정말 긴장상태였다
가서 어쩌지 가면 어쩌지 그래서 어쩌지 복잡해서 추운지도 몰랐었다.
내가 일한곳은 밥도 주고 잘곳도 있었고, 워홀 극 초반인 한달정도는 돈을 꼭 모으겠다는 다짐때문인지 초기 생활비가 30만원도 안들었었다
일본어를 못하다보니 사람들이랑 대화도 잘 안했고, 또 괜히 나 혼자 사람들이랑 거리두고 다녔는데 그때는 내가 스스로 외롭다는 생각을 전혀 안했었다. 가끔 '아 힘든게 당연한거야' 라는 생각을 했던걸 보면 힘들긴 힘들었던 것 같은데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은 없고 '힘든게 당연한거야'한 기억밖에 없다
두달쯤 되면서 친구들 사귀고 매일 밤 놀러다니고 낮에 피크닉 하고 하면서 진짜 재미있게 놀았다.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지금도 종종 연락한다.
돈을 엄청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깐 그렇게 많이 쓰지도 않았다
첫 직장 계약이 끝나고 두번째 직장으로 갈 땐 너무 슬퍼서 진짜 울다 지쳐 쓰러져 잠 들 때까지 울기도 했다
두번째 직장에선 좀 더 인간관계에 유연해졌던 것 같다. 일본어도 많이 늘었고 첫 직장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일본어 정말 많이 늘었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두번째 직장 사람들과는 일하면서 놀기보단 시간을 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도야코에서 일 할 때도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여행했고, 봄 쯤 혼자서 오타루와 삿포로 여행을, 토마무에서 일할때는 기차를 타고 여기저기, 같이 일하는 분 차 얻어타고 구석에 카페를 놀러가기도 하고, 일 끝날때 쯤 같이 일하던 분들과 렌터카 빌려서 후라노 라벤더축제, 청의 연못, 아사히야마 동물원도 갔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랑 친해지는데 엄청 오래걸리고 선을 딱 긋는데 그 선을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멀리 긋는 편이라 이런거 정말 상상도 못할텐데 진짜 새로웠다
술을 좋아해서 밤에 사람들이랑 술마신 기억도 너무 좋았다
도쿄
홋카이도에서는 이동할 때 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지만 도쿄로 떠나는 길을 너무 가볍고 들떴었다. 서울에서도 안 살아본 내가 도쿄에서 산다니
근데 조금은 상상이하였다
홋카이도에서는 주변에 마트가 없어 물건을 사는게 너무 불편했지만 살때는 뭔가 성취감이 있고 마트에 갈 때마다 신났지만, 도쿄에서는 그냥 집 앞이 마트고 언제나 갈 수 있다보니 그런 설렘이 없었다
밤마다 사람들과 함께 밥먹고 이야기하던 밤이 없어지고, 비록 내가 먹고싶은걸 먹지만 항상 나 혼자 먹어야하는 일상은 좀 심심했다
처음부터 그랬더라면, 한국에서도 항상 혼자였으니깐 그러려니 할텐데 홋카이도에서 너무 잘 지내다가 도쿄에 혼자 뚝 떨어지니깐 외롭다는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복싱도 하고 피아노도 다녔다. 도쿄에서는 시급도 훨씬 높고 세금도 떨 떼여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었다. 조금 외롭긴 했는데 사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 같더라
그렇다고 도쿄에서는 늘 혼자였던건 아니고 여기서도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었다! 같이 술마시러 가고, 쇼핑도 가고, 전시회도 보러갔다! 확실히 홋카이도에서 누리던것들이랑은 다른걸 누리게 되더라
그래도 혼자인건 좀 우울하다ㅠㅠ 도쿄 막판쯤엔 한국 돌아가는 날을 진짜 손꼽아서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오사카 여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진짜 진짜 한국 너무 오고싶었다
일본에서 얻어온 것
나는 좀 운 좋은 케이스인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가진 '얻었다'에 대한 기준이 낮은건가 두마리 토끼 잡기 어렵다던데 나는 다 괜찮게 얻어온 것 같다
언어
처음에 정말 못하는 상태로 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
일을 한곳에서 쭉 한게 아니라 일을 여러개를 하다 보니깐 일을 바꿀 때 마다 새롭게 배워서 그런것도 있는 것 같고 일본 사람들, 또 다른 외국 사람들이랑 많이 놀러다녀서 놀면서 배운것도 있고
내 기준이지만 진짜 진짜 많이 늘었다! 아직 딴건 아니지만 JLPT2급 준비하고 있다
돈
초반에는 생활비가 덜 들어서, 후반에는 그냥 시급이 높아서 꽤나 많이 모았다.
내가 정말 뼈빠지게 일해서 이정도 벌었으면 좀 아까울 것 같은데 일본 살면서 여행도 진짜 많이 다녔고 축제같은거 하면 다 챙겨갔었고, 고기나 술 먹고 마시고싶은만큼 다 먹었고, 복싱이랑 피아노 학원까지 다녔는데 일년동안 자취하고 이정도 모았으면 진짜 많이 모았다고 생각한다.
뼈빠지게 일했으면 나 복학하고 남은 4학기 등록금 다 낼 수 있을 정도로 벌 수 있었을 것 같다
여행
후나바시에서도 막 돌아다녔고 도쿄로 오자마자 동물원에, 관광지 막 돌아다니고 오타루, 삿포로, 토마무, 도야코, 신토쿠, 후라노, 아오이켄, 아사히야마, 오비히로, 도쿄와서도 혼자서 롯폰기, 요츠야,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 셀 수가 없는 것 같다 프리마켓 가겠다고 시나가와구까지 가기도 했고 갈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란 마켓은 다 가고, 밤 세고 아침에 온천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냥 걷다가 여기 저기 가고, 단골 술집도 있었고, 놀이동산도 나 혼자 가기도 하고, 홋카이도에서 만난 친구랑 도쿄에서 또 만나기도 하고 진ㅉ ㅏ많이 돌아다녔었다
친구
나는 약간 사람을 무서워하는게 있는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아서 무서워한다. 근데 여기서 친구랑 놀러다니고 하면서 진짜 눈물날정도로 감동 받은적 많았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고맙다. 언젠가 연락이 끊길 수도 있지만... 계속 연락하고 종종 안부 전하는 오랜 친구로 남고 싶다.
워홀에서 얻어간거 중에 절반은 친구들이다 엉엉엉엉ㅇ엉엉
기타로 나는 약간의 피아노와 복싱실력을 얻었다
후기
일본 워홀이 너무 좋았어서 다른 나라 워홀도 알아보고 있다.
진짜 완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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